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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그들과의 이야기

그녀석...

by tick-tock! 2008. 8. 13.

노래를 하는놈이었다.

그놈이 하던 공연에 이 친구들이 일본에서 와서 공연을 했던때 보라갔던 티켓.

막 학교를 졸업한 그녀석. 전공인 디자인을 계속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왔다. 


"배울 마음만 있고 제대로 할 마음만 있다면 내가 아는거 다 알려줄게."
 

왜 그랬냐고 물어 본다.

"음.. 글쎄다.. 그냥 여기서 그만 두기엔 가진게 아까웠나부지? 하핫 ^^"

 

10년이 넘게 디자인을.. 기획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가르쳐줘야 겠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디자인이 하고 싶어요.가르쳐 주세요"

그게 다였다. 누가 시키는게 아니었고 자기가 하고 싶다 했다.

배우고 싶다 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랬을까나...

내가 하고 싶었을때... 할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그때...

배울수 있는곳도.. 날 가르쳐 주는 사람도.. 나에게 할수 있다 해준 사람도.. 없었다.

그저.. 독기올라서... 혼자 오기로.. 자존심으로.. 그렇게 했던 어릴적이 생각이 났다.

 

"이일이.. 하고싶냐?"

"네"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하던 그놈.

 

잘 알던 놈도 아니었고. 친한 놈도 아니었다.

 

한참 이바닥 일을 하던 시절 알던 놈들이 물어왔다.

"왜 그랬어요?"

"뭘?"

"내가 배우고 싶다 그럴땐 웃고 말았자나요? 차라리 날 가르치지? 그랬음 이러진 않았자나요?"

"넌.. 배우고 싶다고만 했지 가르쳐 달라 안했자나."

".....그게... 다에요???"

"음. 뭐 별거 있나."

 

그녀석이 나에게 와서 일을 하기 시작한게 4월.

그녀석이 나에게 아무말 없이 가버린것이 11월.

 

처음 왔을때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던 그놈.

디자인 툴도 제대로 다룰줄 아는것이 없었던 그놈.

 

나와 같이 지낸 6개월.

광고 디자인을 하고.. 이미지 편집을 하고... 홈페이지 작업을 혼자 해 냈다. 

웃음. 

 

기획서를 알고. 계획을 짜고.. 시안을 잡고.. 본작업을 하고...

 

그녀석의 조금씩 좋아지는 작업물을 보면서 좋았다.

다른 디자이너분은 그를 부러워 했다.

"실장님 같은 사수가 있으면 저렇게 빨리 느는것도 이상할것 없을것 같아요.부러워요 저친구"

"^^ 감사 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

 

그랬다.

그녀석 잘따라왔다.

 

10월 어느날...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 네가 그만 하고 싶은거냐? 아니면.. 외부의 요인인거냐?"

" 전 계속 하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음악도 할수 있구요. 이일도 계속 제 본업으로 하고 싶어요."

"..그런데?"

" 집에서.. 장사나 하라세요. 친척 분중에 장 사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 그분 도와 드리면서 일 배워서 하라고 하세요."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못하겠다고. 그래서 그만둬야 할것 같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

그만둬야 하는것이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면 그만두는건 말리고 싶은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여기서 조금만 더 배워서 경력란에 써 넣을 것을 조금만 더만들어서 1년만 채우면 다른곳으로 이적 하면된다고.

그러면서 연봉도 올리고 거기서 그렇게 또 경력 쌓고 그렇게 늘려 나가라고

지금 네가 돈을 못버는것도 아니고 안버는것도 아니고 1년이상 내 밑에 둘 생각 처음부터 없었다고..

아버님이 생각하시는것만큼 니가 엉망인거 아니지 않냐고.. 그랬다.

부모님께 반하는 행동을 할 자신 없으면 지금 그만둬라. 라고 했다.

이해 하는듯 했다. 본인은 그만둘 의사가 전혀 없다 했다.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달.

무리하게 잡은적도 없는데말이다.

가야 한다면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였을까나...

왜 그랬을까나...

 

누구는 그런다

할 생각이 없는놈이었다고. 내가 사람을 잘못 고른거라고. 안하던짓 하니 그런거라고.

또 누구는 그런다.

잡을까봐 그런게 아니었겠냐고.

부모님께 반대 하는 짓을 하기는 싫고 미련은 남는데 내가 잡으면 흔들릴까바 그게 싫었던거 아니겠냐고.

또 다른이는 그런다.

약한놈이었다고. 내가 헛수고 한거라고. 그쯤에서 일찍 끝난게 다행인거라고.

 

뭐.. 딱히 넘의 얘기를 듣고 그게 맞을까? 라며 믿어 버리지는 않는다.

단지.. 본인의 생각이 지금도 궁금하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강사로서가 아닌 내가 진짜 알고 있는것을 가르쳐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걸까나...

 

친구가 물어왔다.

"화 안나냐?"

"왜?"

"기껏 가르쳐놨더니 말도 없이 가버린거자나? 인사도 없이 말이다. 기분나빠야 하는거 아니냐?"

"글쎄다.. 나도 알려주는 재미가 있었는걸. 내 머리 뽑아 간것도 아닌데뭐. 별로 화 날일은 아니다. 그냥 궁금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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