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생활이 집만큼이나 익숙하게 된게 언제쯤부터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열살이 되기 이전부터였던거 같은데...
그랬다.
학교가는 시간보다 집에 있는날이,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내 국민학교의 기억...
별로 기억에 남는 것도. 기억에 남을것도. 기억하고 싶은것도 없는 시절이다.
얼마전에서야 뭐가 문제인지 알았지만.
그때는 병명조차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그렇게 병원신세를 지고 살고 있었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이말이 제일 듣기 싫었떤말...
그랬다.
흔히 다들 생각하는 작고 마르고 하얀 피부에 여리게 생긴 외모등등
그런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덩치도 크고 키도 크고 마르지도 않았을뿐더러
내 피부는 하얗지도 않았고 강한 인상을 가진 아이였다. -_-
덕분에 말을 하지 않으면, 혹은 병원에서 보지 않으면
어디가 아프거나 병원을 내 방드나들듯이 다니는 아이일꺼라고는 상상도 할수 없는 그런외모..
그게 나였다 -_-
부모님도 답답하셨겠지만.
나 또안 암울하긴 마찬가지였다.
언제 어떻게 어디서 왜 그런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알길이 없으니까..
학교에서는 특별취급하는 그런것도 싫었고....
잘 어울리거나 친한 친구를 만드는일에 서툴렀던 기억이 있다.
아련하게 말이다.
그시절의 내 모습은 거진 기억이 없다.
예전 상담선생의 말로는 내가 스스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에 대한 강한 거부감? 뭐 그런거 때문에 기억이 막힌거란다.
뭔가 어려운 용어를 썼던거 같은데...
사실 딱히 기억을 끄집어 내고 싶진 않아서 별로 기억하려 애 쓰진 않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기억을 굳이 끄집어 낼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생각에
그냥 기억 안나는대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의 조각만을 가지고 그렇게 지내고 있다.
그 와중에도 또렷이 기억이 나는 한 부분은.. 내 첫사랑이 있는 그 장소 그 시간 뿐이다.
한동안 비웠던 학교라는 그 곳에 다시 돌아갔을때
이미 내 자리라고 할만한 곳은 없었던 덕분에 말이다. 난 섞이지 못한채 걷돌기를 했다.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도 그게 싫지도 좋지도 않았던 그냥 그런 가야하는곳이니 가는 그런곳?
짧게 짧게 기억에 남아 있는 내 국민학교의 기억이란 아쉽게도 그런것들뿐이다.
한여름... 딱히 더위를 타진 않았는데 유독 날씨가 구름도 안흘르고 정지해 있는것처럼 바람도 한점 안불던 날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다 문득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쁜짓이긴 했지만
학교를 빠져 나오는건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선생님 앞에 서서 "선생님 저.. " 라고 하면 뒷말은 할필요도 없이 선생님은 조퇴를 시켜주셨다 =_=
으례 병원가는날이겠거니 하셧던거다 =_=
나쁜짓인건 알았지만 -_-;;
학교보다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는길에 창밖을 구경하거나 책을 보는게 나에겐 더 즐거웠다.
유일하게 즐거운 기억이라면
학교를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에 서서 오늘은 어떤 버스를 탈까~ 를 고민하던 그 순간? 그때만큼은 설레였더랬다.
그날도 학교를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음.. 어떤버스를 탈까.. 좋압! 이놈을 타야집
결정을 하고 .. 버스를 기다리고..
파란번호 142번.
얼마나 갔을까.. 한참을 내리 달리다 재미난것이 눈에 띄었다.
돌로만든 여러종류의 조각들.
버스에서 내려선 보도블럭엔 흙먼지가 살짝 일어나고 있었고 여전히 바람한점 없이 쨍한 하늘.
분명 돌로만든 조각들을 보려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눈앞의 골목안에 오락실 간판이 눈에들어오면서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오락실.
동네에서도 한번 들어가본적없던 오락실에 왜 들어갔는지 지금도 미지수다 =_=
오락실에 들어가 주머니를 뒤적뒤적. 동전 몇개를 꺼내서 10원짜리로 바꿔들고
뭘할지 잠시 망설이다 동네 문방구 앞을 지나면서 봤던지라 눈에 익은 뽀글뽀글앞에 앉았다.
어떻게 하는거지..
잠시 망설이다 이것저적 버튼을 눌러보며 그렇게 조금익숙해졌나 싶었다.
3판 4판... 10번째 판에 왔을때 난관에 부딧힌거다. 두둥..
어..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남은 돈은 두판을 할수 있는 돈뿐이 없었고
웬지 조금만 하믄 될거 같은데 아쉬움이 자꾸 생기는거였다.
흠... 어렵구나...
다시 30원을 넣고 10번째 판에 왔을때, 옆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 왼쪽에서 거품 쏜다음에 그거 타고 올라가야해
어? 나???
어. 또 죽는다? 왼쪽벽뽁에다 거품 쏘고 그거 위로 쩜푸해서..
어? 어어. 응.
오 이렇게 하면 올라가 지네? 오~
근데 누구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처다봤다
어깨참까지 내려온 단발머리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오똑한 콧날. 오... 코가 이쁘다...
고개를 살짝더 앞으로 숙이고 얼굴을 보려고 할때 그 친구가 일어나서 오락실을 걸어나갔다.
어? 그냥 가네???
나도 그 친구를 따라나가 걷기 시작했다.
저기...
어?
아까 알려준거 고맙다구
응.
여기 살아?
응
난 여기 안사는데
응
몇살이야? 난 12살
응
너두?
응
저기 나랑 친구 안할래?
응?
나랑 친구하자
응
진짜?
응
이름이 뭐야? 어디살아? 난 이름이
나 이쪽으로 가는데
어?
넌 어디로가??
아 난 길건너서 버스타야해
응 그럼넌 여기서 건너야 하네?
응
난 이쪽으로 가야해
그렇구나
응
저기 연락해도되?
응
그럼 담에 또보자!
응
우왑 친구 생겼따 !!!! 신난다~~~!!!
마냥 신났었다
마냥 설레였었다.
그래서였을까나..
버스를 탈때까지도 이상한걸 전혀 못느끼고 들뜬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베시시 집에가서 전화해 줘야겠다!
아.전화. 어? 이름!
눈물이 날라는거 간신히 참았다.
집까지 오는 내내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왜 난 이름도 안물어 보고 전화번호도 안물어봤을까.
너무 서러웠다 진짜로
정말 울고 싶었다. 친구 하기로 했는데 ...
처음으로 내가 친구 하고 싶었던 아이였는데 ...
이름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른채 그렇게 친구 하기로 하고 버스를 타버렸다니 ..
정말 울고 싶었다.
꾸욱 참고 집까지 잘 왔는데 엄마얼굴을 보는 순간 울컥 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엉엉~~~ 엄마~~~
너 왜 그래? 왜 울어?? 어디 아파? 왜그래?
엉엉~~~
그렇게 한참을 아무말 못하고 서럽게 울기만 했다
어깨를 살짝 닿는 생 단발머리.
조금은 마른듯한 또래에 비해 조금 큰키
가는눈매에 하얀 피부.
그리고 날이 오똑하게 높은 콧등선.
그렇게
얼굴만을 기억으로 남겨놓은채
친구하자는 말만 남기고 내 첫사랑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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