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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그녀석 이야기

첫눈의 기억

by tick-tock! 2009. 11. 21.

  이녀석이랑 같이 첫눈을 맞고 다닌지가
  벌써 몇일 모질란 6년이나 됐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아... 하아...

  난 눈을 좋아 하지 않는다.

  예전에 
 국어선생이 시를 한편 읽어 준적이 있었는데...

  그 첫 문장이

  "눈은 하나님의 비듬이다.
   이 시는   하나님은 비듬도 눈처럼
   깨끗하신분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로..." 
   Blah-Blah....

   국어선생이 무신의미로 얘기를 한건지
   모르는바 아니었지만...

   그 뒤에 한 말들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기억에 남아 있는건 저 첫 문장 한줄뿐....

  "눈은 하나님의 비듬이다" 뿐이다.


그 전에는 그 뭐시냐,  
눈 오고 난 다음날의 징크스라든가 눈온 다음날의 지저분한 골목길과 몇일씩 남아 있는 눈의 잔해들,
눈이 녹으면서 질척거리던 그 공기의
느낌이 싫어서 눈이 싫었을뿐
딱히 눈이 내리는 걸 싫어라 하진 않았었다 =_=

헌데.... 저날 이후부터.. 눈을 맞는것도 싫어 하게됐었다. -_-;;;

그래서 친구들과 그 흔한 첫눈오는날의 학창시절 기억조차도 없는 나였더랬는데...

이녀석을 만난지 한달이 조금 안되던 어느날.

집에 들어가던길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펑펑눈이 아닌. 비처럼 내리는 그런눈. 진눈개비처럼 자잘하게 바람도 많이 불고

흠... 날씨만 보자면 결.코. 방갑지 몬한 날씨였다 =_=

눈발이 차창에 붙는순간 미간이 내천자(川)를 그리는걸 느끼며 '정말 싫다' 라고 알을꺼내던 순간.

운전을 하던 녀석이 웃으면서 말을 먼저 꺼냈다.

"와~ 첫눈이다! +_+"

"어?......눈...좋아해?"

"좋자나 첫눈 의미있구요. ^^ 난 첫눈 같이 맞아본 사람이 없어서 오늘 무지 기분 좋은데? ^^"

"응. 그렇구나"

"첫눈오는데 뭐하지? 뭐하지??? 그냥 집에 가기 그런데? 뭐 기념할 만한거 뭐 없을까요? 아~ 첫눈이다 ^^"

"음.글쎄.. 나두 딱히 첫눈이라고 해서 뭐 해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음.. 첫눈을 좋아 하는 친구였구나 ㅇ_ㅇ;;;

그리고 막 뭔가 즐거워 하는 그 친구를 빤히 보며 신기해 하고 있던 차에

순간 한눈에 들어오는 매장이 길 건너편에 보였다.

"어? 저거 뭐지?"

"뭐요?"

"아. 길 건너편이요. 저거.. 두가티라고.. 쓴거 같은데....?"

"진짜??"

"어. 두가티 매장이 있었어??? ㅇ_0?"

"가보자!"

갑자기 급흥분을 한 녀석은 눈빗길에 급 불법(=_=) 유턴을 해서 그 매장앞에 차를 세웠다.

진짜 두가티라고 대문짝 만한 간판이 걸려있었고

근근히 켜져 있는 할로겐 불빛 아래로 두가티가 멋지게 미끈한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와. 여기를 그래 매번 지나다녔어도 이 간판은 왜 못봤을까 ㅇ_ㅇ;;;"

"와.. 난 첨봤어요. 와.. ㅜ_ㅜ 멋지다 +_+"

둘이 한동안 불꺼진 매장안을 들여다 보며 정신없이 떠들어대며 그 추운날 옷과 머리가 흠뻑 젓도록 매장 유리앞에 붙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한참이 지나서 턱이 꽁꽁 얼어붙어 말도 잘 못할때쯔음 집에 돌아가자며 계속 뒤돌아 보며 차에 올라서 집에 오는길.

그녀석이 말했다.

"첫눈오는날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이랑 내가 좋아하는 거 같이 보면서 얘기 할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0^
오토바이 좋아 하는 사람이랑 이렇게 얘기를 할수 있다는것도 너무 신나는데!
나한테 너무 소중한 기억이 될것같아요 ^0^"

"^^ 그래요 ^^ 나두 오랜만에 기분좋게 얘기 할수 있어서 좋았어요 ^^"

음... 사실 눈오는거 싫어한단 말을 그날은 하지 못했다 =_=;;;

그 뒤로도 종종 그 매장앞에서 서 한참을 구경하고 얘기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더랬는데 .

지금은 없어졌지만,

지금도 그 도로를 지날때나 첫눈이 오는날이면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들뜬 목소리고 말을 한다.

"여기 기억나요? 왜 우리 첫눈오던날이요 그때 처음 여기 지나가면서 말이에요 ~~~~"

"응 기억나요 ^^"

오늘도 그 친구가 일이 끈나면 나한테 첫눈이에요 ~ 라며 말을 걸어 올것 같으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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