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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그네들 이야기

Don LaFontaine-김세윤 기자님의 FILM2.0 궁금증 클리닉중에서

by tick-tock! 2008. 9. 5.

지금으로부터 2년 하고도 1달 전, 똑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FILM2.0 68호 ‘김세윤 기자의 궁금증 클리닉’에 썼더랬다.
내딴엔 ‘유레카!’를 외치며 알몸으로 뛰쳐나간 '아르키메데스적 희열'루다 열나게 써댔건만 판매율이 저조했는지 통 봤다는 사람이 없다(판매가 3천 원의 벽이 그렇게 높았더란 말이냐!). 2년 넘게 매주 하나 꼴로 보내오는 이놈의 똑같은 질문 공세! 참다 못해 할리우드 예고편 목소리의 주인공에 대한 충격 르포 2탄을 준비했다. 취재 과정에서 그때는 몰랐던 걸 이제는 알게 된 최신 정보가 적지 않다. 곧 죽어도 재탕이 아니라 2탄이라고 큰소리치는 건 그 때문이다.

일전에 일러바쳤다시피 그 자의 존함은 돈 라폰테인(Don LaFontaine)이다. 현지에서는 영화 예고편의 황제(The King of the Movie Trailers), 신의 목소리(Voice of God), 천둥 목청(Thunder Throat) 등으로 통한다. 무릇 위대한 인물의 프로필이 그러하듯 누구는 1940년이라고 하고 누구는 1941년이라고 하고, 출생 년도의 기록이 조금씩 엇갈린다. 68호에서는 1964년 한 영화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예고편을 녹음하기로 한 성우가 펑크를 내는 통에 ‘땜빵’으로 투입된 것이 이 바닥에 입문한 계기라고 썼다. 1963년으로 바로잡는다. 일개 영화사 직원이라는 것도 오보다. 최근 인터뷰를 보니 직원 40명을 거느린 프로덕션 벤처 기업의 어엿한 공동 대표였으며 카피라이팅, 연출, 녹음, 믹싱, 편집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던, 좋게 말하면 팔방미인이요 고깝게 갈구면 ‘중구난방 미국인’ 이었단다. ‘땜빵 입문설’은 사실이다. 라는 서부 영화였는데 ‘급한 김에 손수 녹음해서 다음날 아침 콜럼비아영화사에 납품했더니 군말 없이 오케이 하는 통에 자기도 놀랐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때 받은 노임이 고작 8달러.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편당 2천 달러를 받는 귀하신 몸이 되어 있다.

환갑이 넘은 요즘에도 하루 평균 10개에서 17개의 녹음 스케줄을 소화하려 쉴 새 없이 주둥이를 나불대는 데, 그렇게 녹음한 게 1주일에 60편에서 80편쯤 된다. 한창 때는 하루에 25개도 거뜬했다니 그는 과연 다산(多産) 라폰테인 선생이셨다. 지난 40년간 TV 프로그램 예고편 등 기타 ‘알바’ 물량 다 빼고 애오라지 영화 예고편만 세어보면 물경 4천 편에 달한다는 게 유력 언론들의 일치된 결론이다. 리허설도 없이 달랑 15분이면 녹음을 끝내고 떡두꺼비 같은 예고편을 '순풍순풍' 낳아대는 맏며느리적 다산성 덕분에 요새도 ‘매년 7자리 숫자의 돈을 번다’고 하니, 환율을 1천 원으로만 계산해도 매년 로또 복권 1등 당첨금만큼의 소득을 올린다. 덕분에 한국인의 체형처럼 허리가 겁나게 긴 하얀색 리무진에, 전용 운전 기사에, 수영장이 딸린 최고급 저택에, 그야말로 남 부러울 것 없는 노년을 보내고 계시다.

그 거대한 할리우드 예고편 시장을 돈씨 노인네가 독식하는 까닭, 일전에 ‘라폰테인 효과’라는 용어를 들먹이며 고자질한 바대로다. 즉 ‘검증되지 않은 신인에게 모험을 거느니 웬만하면 믿을 만한 사람을 계속 기용하는 게 낫다’는 경영자들의 마인드를 가리키는 현지 경제 용어가 오죽하면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겠냐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라고 라폰테인은 주장한다. 이제는 경쟁이 치열해서 35개 회사에 줄잡아 60~70명의 성우가 예고편 파이를 놓고 다투고 있다고 엄살을 부린다. 할리우드에도 ‘뭐든지 새로운 걸 좋아하는 젊은 것들’이 득세한 때문이다. 돈 라폰테인 외에 명함을 내밀 만한 예고편 목소리는 할 더글러스, 애시튼 스미스, 렉스 랭, 하워드 파커 같은 치들이다. 여자도 있다. <식스티 세컨즈>의 예고편은 과감하게도 멜리사 디즈니라는 여자 성우를 기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망하지도 않은 부자인 담에야 앞으로도 30년은 더 해먹을 태세다. 잔챙이라면 모를까 웬만한 기대작, 화제작, 거장의 신작, 신인의 걸작은 죄 그에게 맡기는 버릇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This summer…’를 낮게 뇌까리며 시작하는 초대형 여름 블록버스터의 예고편은 거의 예외 없이 라폰테인 옹의 몫이다(더욱이 ‘In a world…’ ‘Nowhere to run, nowhere to hide, and no way out…’ ‘Now, more than ever…’ 같은 상습 ‘삐끼’성 멘트는 직접 창안한 카피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할리우드 예고편 목소리가 단 한 사람의 목소리인 양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평생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고, 고성 방가도 삼가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40년 1등 성우의 권좌를 굳건히 지켜온 돈 라폰테인. 그 끈질긴 생명력과 철저한 프로근성만큼은 가히 예고편계의 배한성이요 할리우드의 송도순이라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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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LaFontaine

이분이 9월 1일 돌아 가셨다.

우웁..

영화 예고편을 볼때마다 들리던 아저씨의 우퍼스피커 목소리를..

인제 들을수 없다니..

가심이 아프다.

 

 

사진 : movie impact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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