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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방/정보 이야기방

[스크랩] 우리 시대의 멘토 - 딕 브루너

by tick-tock! 2009. 12. 18.


아이들 책은 아이들이 먼저 알아봐


나는 늘 혼자 작업합니다. 내 작업에 대해 말을 하는 일도 없어요. 아내도 내가 뭘 하는지 모릅니다. 어떨 땐 한 달씩이나 이렇게 일하고, 그게 끝나면 제일 먼저 작품을 보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나는 보여주고, 아내는 아주 훌륭한 비평가가 됩니다. 얼굴에 써있지요. 꼭 시험 같은 걸 치는 것 같아요. 얼굴에 ‘예스’, ‘노’가 나타납니다. ‘노’이면 나는 ‘더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나는 훌륭한 비평가가 필요해요. 매일같이 혼자 일하다 보면 자기 실수를 보지 못하니까요.

 내 첫 책이 나왔을 때니까, 오십 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내 작품 전시회에 갔더니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있는데, 부모들이 “에이, 너무 단조롭고 색깔은 너무 밝잖아. 우리 집 책들이 이보다 훨씬 낫겠다. 내용도 훨씬 더 알차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내 책을 보고 “색깔 멋져!” 해요. 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란 걸 아이들이 맨 먼저 알아본 거죠.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책이 있습니다. 아이들 책이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지요. 가끔 저자 사인회에 가보면 아이들이 새 책을 사갖고 와서 사인을 부탁하는데, 그 새 책이 이미 집에 있는 책일 때도 있어요. 지금 고른 책이 자기 책이기 때문입니다. 가게 책 말고 자기 책. 아이들이 이렇게 정직해요. 어떨 땐 저자 사인회를 하면 아이들이 부모 따라 오는데, 부모들은 대개 아주 정중하고, 멋있는 말만 골라 합니다. 반면 아이들은 나한테 와서 책을 보고 이렇게들 말해요. “이 책 짱이에요. 근데 저 책은 완전 꽝이에요.” 나는 그런 점이 참 좋습니다.



 50년 동안 100권 쓰고도 어려운 게 책 만들기
 
나는 먼저 이미지 작업부터 해요. 아주 어려서부터 늘상 그림을 그렸고, 책표지 그림도 많이, 여러 해 그렸습니다. 어느 날, 책 표지만 말고 책을 통째로 해보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한 책이 어린이 책이 됐는데, 어쩌면 그 책은 나 자신을 위해, 내가 가지려고 만든 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백 권 넘게 했으니 스스로도 놀랍고, 지금도 오십여 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니, 훨씬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네요. 어제보다는 오늘 쬐끔 더 잘하고 싶으니까요.
 

나도 부모가 됐는데, 그 많은 책 표지를 하느라 무척이나 바빠서 아주 나쁜 아빠가 돼버렸습니다. 매일같이 열심히 일만 하느라고 내 자식들을 저녁에, 잠자기 전에만 봤어요. 요즘은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는 손주들이랑 함께할 시간을 좀 더 많이 냅니다. 자식들보다 손주들한테 더 잘하는 거죠. 그래도 여전히 내 자식들한테는 무지무지 좋은 아빠입니다. 

태어나서부터 여섯 살 때까지 동안에 눈으로 보는 것이 평생 여행가방처럼 사람을 따라다닌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이때 본 걸로 행복해 하고, 잘 때는 [미피]나 [아기곰 보리스]나 이런 책을 끼고 잠을 잔다면, 그건 좋은 일이고 따뜻한 겁니다. 나는 매일같이 그림을 그립니다. 일주일에 7일 그립니다. 화실에 날마다 나갑니다. 나는 그게 좋아요. 늘 그래 왔고요.  

날마다 자기 예술을 한다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딕 브루너(디크 브루나) - 아동문학가
1927년 네덜란드 출생. 우리나라에는 영어식 ‘딕 브루너’로 알려져 있다. 처음 직업은 그래픽 아티스트였으나, 1955년 손수 쓰고 삽화를 그린 [미피]가 세계 4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고 TV시리즈로 제작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100권 이상의 아동서를 쓰고 그린 외에, 유니세프 같은 인권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 일러스트를 제공한다. 1993년 ‘오랑주나소 기사단’의 작위를 받았다.

 

  글·사진 앤드루 저커먼Andrew Zuckerman/사진작가, 영화감독   
  1977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태어났다.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65세 이상의 세계의 명사(名士) 60명을 인터뷰하는 ‘위즈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인터뷰와 사진을 60분짜리 동영상 DVD와 함께 [Wisdom 위즈덤]으로 7개국에서 출간했다(한국판 샘터 刊, 2009). 영화 [High Falls](2007 우드스탁 영화제 최우수 단편영화상), 저서 [Creature](2007) 등이 있다. (이경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