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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말하기/노래 이야기

가야금 삼중주를 위한 파헬벨의 「캐논」

by tick-tock! 2009. 12. 19.
  새울 가야금 삼중주단
  1992-08-13 
  국악
 
 
 
 
 
 
 
 



고등학교 시절.
종로통에 있는 작은 출판사에 삽화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었다.
날씨가 애법 쌀쌀하던 초 겨울즈음.
그림을 전해주고 아르바이트비를 받아들고 나와서 재료상가로 가야 했다.
건물 입구로 나와서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 사람들.. 포장마차 .. 가판.. 그리고 바람...
분명 다른데 쓰면 안되는 돈인줄 알았지만 왠지 객기를 부려보고 싶은 마음?
주머니 속에 봉투를 꾸깃 한번 쥐어보고는 인사동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예쁜것도 많고 가지고 싶은것도 많고...신기한것들 눈으로만 담아가기엔 너무 아쉬운 것들. 
보고싶은 전시들도 너무 많고.. 그렇게  학원도 땡땡이 치고 몇시간을 돌아 다니며 인사동 골목골목을 구경했다.
결국 봉투에선 돈을 하나도 꺼내지 못하고 그렇게 인사동 골목을 돌아서 나오려는길에
왠지 하려고 했던 일을 못하고 나가는듯한 기분에
골목을 거진다 빠져 나갈즈음. 수공으로 만든 악세사리가 눈에 띄는 가게집 앞에 섯다.
흐음.. 오늘의 기념으로 어떤걸 사갈끄나.. 가죽으로 된 작은 열쇠고리들을 보고 있을때
작게 틀어져 있는 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가야금 소리.
가게 주인에게 물어봤다.
이거 무슨 앨범이에요??
저희집이 아니고 윗층에 찻집에서 틀어 놓은건데 스피커가 바로 위에 있어서 들리는거에요
아...네
얇은 가죽끈으로 매듭을 진 열쇠고리를 사 들고 윗층 찻집으로 들어섯다.
작고 나즈막한 천장으로 된 나무로 만들어진 전통 찻집.
하루종일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다닌 덕일까.
나무향에 섞여 알수없는 차향과 실내의 따듯함을 더해 노곤해졌다.
창가쪽에 자리잡고 앉아 유자차를 주문하고 음악을 가만듣고 있었다.
유자차를 내 주시던 주인아져씨께 물었다.
저..이 음악이요 앨범이 뭐에요???
가야금 삼중주를 위한 파헬벨의 캐논이라고 해요 ^^ 좋지요?
예. 밖에서 듣다가 들어왔는데 .. 캐논을 많이 들어봤지만 이런건 처음이라서요 굉장히...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죠? ^^
예.
우리 악기가 우리 정서에는 잘 맞는거 같지 않아요?
하며 아저씨는 카운터 벽참에서 LP몇장을 들고 나오셨다.
그리고는 조용한 찻집에 앉아서 한참을 그렇게 가야금 얘기 황병기 선생님 얘기 등등
다음 손님이 들어올때까지 그렇게 앉아서 나랑 얘기를 나눠주셨다.
나가려고 계산을 할라는데
아져씨가 웃으며 계산은 됐다 하셨다.
심심하지 않게 얘기 상대가 되준걸로 충분하다며
음악을 듣고 찾아와 줬다니 고맙다시며
우리음악을 많이 들어 달라는 말씀도 하시고 자주 오라시며 웃어주시던 아저씨.
그길로 레코드가게를 찾아들어가 앨범을 사들고 집에와사 몇날 몇일을 이곡만 들었었다.
그날 이후 몇번이나 그 가게를 찾아가고 싶었지만. ..
다시 찾아간건 몇년이 지나서였다.
가게도 바뀌어 있었고 주인도 바뀌어 버린.. 그래서 음악도 바뀐..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음악을 들으면 따스한 그곳의 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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